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2021. 1. 29. 21:29카테고리 없음







현대음악, 신고전주의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이다.
우리가 전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펼쳐놓은 서사를 읽으며 그가 지나간 삶의 길을 함께 차곡차곡 밟아가는 즐거움. 더불어 동시대에 함께 살아간 동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시대를 세밀하게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스트라빈스키 종의 최후>는 그런 점에서 전기의 모든 면을 충족시킨다. 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다룸은 물론 각 장에서 소개하는 음악의 역사와 배경. 책과 함께하면 좋을 음반과 공연영상까지 상세히 제공해 준다.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밝지 않았다고 한다. 무서웠던 아버지와 살갑지 않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유모의 손에 자랐던 그는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보다 유모의 죽음이 더 슬플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가정환경이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아홉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상당한 재능을 보였음에도 부모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그만둔 법학 공부를 아들이 계속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 가운데 유일하기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이모부 덕분에 그는 브람스에 눈뜰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의 아버지와 도스토옙스키의 친분이었다. 당시 도스토옙스키는 무능한 사람으로 비쳤지만 스트라빈스키는 뒷날 그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p.34)

그의 스승이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를 통해 화성학을 배웠지만 스트라빈스키는 여기에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 대신 그는 대위법에 흥미를 느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대위법을 공부했다.”(p.40)고 한다.
이후 스트라빈스키는 그의 인생을 좌우할 댜길레프와 만나게 된다. 러시아 문화에 많은 기여를 한 “댜길레프는 192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지만, 스트라빈스키만큼 그를 만족시킨 인물은 없었다.”(p.64)고 말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여러 작품을 만들며 많은 예술가와 조우하게 된다. 그는 라벨과 교류했으며 프로코피예프는 그의 두 번째 아내의 체스 파트너였다고 한다. 스트라빈스키의 첫 로마 방문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친해졌으며 이후 그는 댜길레프의 의견에 따라 마티스에게 <나이팅게일>을 맡기게 되는데 피카소는 마티스와 관계를 맺은 것을 몹시 언짢아했다고 한다.(p.197) 또한 드뷔시가 지배하는 프랑스 음악의 풍토에서 사티에 관심을 가지고 그와 소통하게 된다.(p.210)
당대의 여러 음악가와 교류하면서 그의 음악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 특히 가브리엘 샤넬과의 만남은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스위스 몽트뢰 뮤직 앤 컨벤션 센터에는 그들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p.220)
그는 1962년 세계 순회 연주를 통해 48년 만에 모국인 소련을 방문하게 된다. 모국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음악과 업적을 알 수 있었고 각 장에서 추천하는 연주를 찾아 들으며 그의 음악세계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을 전공하며 많은 음악가들의 전기를 읽었는데 이 책은 그 시대와 문화에 비추어 쓰여있어 그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부족한 나의 글로 책의 진가를 다 다룰 수 없음에 아쉬움을 느끼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낌없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