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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녕
나는 그림책을 찾아 읽지 않는다. 읽고 난 후의 여운을 견디기가 어려워 일부러 피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첫째가 5살일 때 아이와 그림책을 읽다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운 적이 있다. 훗날 아이에게 왜 울었는지 이유를 물었을 때 아이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그냥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림책은 그렇다.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쏟게 만든다. 을 읽었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에 무게가 실리는 요즘. 안녕은 안부를 묻는 의미를 넘어 마음을 전하는 가치를 더한다. 우리의 상황에 따라 의미를 끊임없이 바꿔가는 안녕이라는 말. 표지의 강아지와 해오라기의 첫 만남은 안녕이라는 인사로 시작한다. 안녕은 마르지 않는, 노래 같고 부스러기 같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어제를 묻고 ..
2021.04.12 -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
난다 출판사의 2021년 첫 책 를 읽었다. 질풍노도의 시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그 과정에서 나는 문학을 만났다.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인생 책을 찾고 싶었고,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었다. 살아가며 만나는 많은 상황 속에서 문학이 주는 사변을 통해 위안과 지혜를 얻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어릴 적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수많은 문학 속에서 방황했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인 김승희 님의 사유를 통해 52권의 문학을 깊이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마치 지름길 혹은 이정표 같다. 저자가 책 제목처럼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전하는 문학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
2021.02.16 -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현대음악, 신고전주의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이다. 우리가 전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펼쳐놓은 서사를 읽으며 그가 지나간 삶의 길을 함께 차곡차곡 밟아가는 즐거움. 더불어 동시대에 함께 살아간 동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시대를 세밀하게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는 그런 점에서 전기의 모든 면을 충족시킨다. 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다룸은 물론 각 장에서 소개하는 음악의 역사와 배경. 책과 함께하면 좋을 음반과 공연영상까지 상세히 제공해 준다.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밝지 않았다고 한다. 무서웠던 아버지와 살갑지 않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유모의 손에 자랐던 그는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보다 유모의 죽음이 더 슬플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
2021.01.29 -
증언들 / 마거릿 애트우드
마거릿 애트우드의 을 읽었다. 를 읽고 바로 이어서 읽으니 몰입도가 상당했다. 역시나 작가는 천재가 맞고요.. 에서 워낙 탄탄한 세계관을 형성해 놨던지라 이야기에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처럼 젠더 불평등에서 오는 현실이 떠올라 여러 번 가슴이 아팠다. 난민 문제도 보였고.. 노인과 강제로 결혼하는 어떤 나라의 실화가 생각났다. 이 책은 소설로 가장한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지금 당장은 아직 이 문제에 내가 선택할 여지가 있다. 죽을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것도 일종의 자유가 아닌가? (p.48) 다른 아기들은 아기때 사진도 있었어요, 그것도 수백 장. 이런 애들은 트림만 해도 어른이 카메라를 대고 한 번 더 해 보라고 난리였다죠 꼭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처럼, 한 번은 현실에서 ..
2020.12.09 -
편안한 마음이 건네는 문장의 온기. (다독임 / 오은)
몇 년간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가열차게 독서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 산문집은 여러 번 나의 마음을 울린다. 지난 1년간 독서토론과 논제를 배우며 글쓰기 책들도 두루두루 읽고 있는데 나는 ‘각잡고 글쓰기’ 책 보다 산문집에서 더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는다. 물론 글쓰기 책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대단한 작가들이 전수해주는 노하우는 읽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노하우와 동기부여는 전혀 다르다. 혹시나 싶어 여러 산문집을 읽어봤지만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편안함’이다. 무엇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 그것은 편안함에 있었다. 작정하고 글쓰기를 공부한 경험은 없지만 논제를 다루고 토론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글쓰기를 권유한다. 몇 번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
2020.12.03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호프 자런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로 팬데믹에 휩싸이고 자연은 이에 응당하듯 이상 기후로 우리에게 많은 두려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로 인해 요즘 우리에게 화두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단연 “환경”일 것이다. 펜데믹으로 인해 시작된 사람들의 거리두기. 해외 몇몇 나라들은 지역 봉쇄로까지 확장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또 다른 상황들을 마주하였다. 가동을 멈춘 공장들은 매연을 내뿜지 않아 대기가 안정화되었고 곳곳에 야생 동물들이 속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방역이라는 이름 아래 사용한 일회용품들로 플라스틱, 마스크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방법들의 끝은 “환경 오염”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피하려는 명목 하에 자연을 희생시키고 있다. 우리에겐 로 친숙한 저자 호프 자런의 신..
2020.11.15